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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2] 현실은 만만하지 않지. 본문
2017년 9월 22일의 E'jon,
현실은 만만하지 않지.
또 다시 군대에서의 바람에서 시작한다. 군대에 있을 때에는 다른거 다 필요없이, 전역해서 학교를 가고 싶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서, 갇혀있는 게 싫었다. '군대도 버텼는데, 나가서 뭘 못 버티겠는가.'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오늘은 금요일이었다. 그래서 금공강을 만든 나는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임용특강'이란 것을 한단다. 사범대생에게 임용이라 하면 절대 놓치기 싫은 주제다. 물론 사범대생 중에서도 교사를 꿈꾸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교사가 되길 매우 바라고 있기 때문에 공강인 금요일임에도 학교를 갔다. 주제는 경제학. 교원대 교수님이 오셨다. 들어가기 전에, PPT 인쇄물과 유인물을 받았다. 사실 그것보다도 휴대폰을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아서, 휴대폰 만지는 데 정신을 빼놓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문제를 읽기 싫었다. 시험 문제같은게 가득 적혀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종이에 적혀있는 문제들은 내가 미래에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이었다. 임용고사에 나왔던 기출문제들이었다. 이걸 어떻게 풀라고? 도저히 뭐가 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과 마주한 느낌이었다. 내가 왜 못 알아들을까. 교수님은 계속 '원론적 지식을 응용해서 낸 문제'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맨큐의 경제학도 한 번 더 읽고 정리까지 했었는데, 도저히 이해되는 부분이 없었다. 일단은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교수님의 말씀을 최대한 받아적었다. 그런데 뭐가 뭔지 모르니까 어떤 부분이 중요한 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적는 게 중요한 부분인지, 그냥 농담인건지 알 방법이 없다. 일단 적고는 있었지만, 답답함이 차올랐다. 머리는 텅 빈 듯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특강에는 나 말고도 내 동기들과 선배님들도 많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선배님들과 동기들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는 듯 머리를 끄덕이고,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하고, 교수님에게도 많은 질문을 '내가 모르는 용어와 문장을 사용하며' 하는 것이었다. 마치 일반인을 무전음어가 넘쳐나는 112 종합상황실에 던져놓은 기분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내 동기들과 선배님들은 2년 전의 그 사람이 아니었다. 다들 그동안 많은 지식을 쌓았고,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자신의 삶에 진지하게 임하는 어엿하고 멋있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난 바뀐 게 없다. 복학하고 개강총회에 나갔을 때도 들었던 이야기가 "변한게 없네"였다. 물론 그 때는 '외모'에 한정된 말이긴 하지만. 지금의 내가 느끼는 것에 이 말을 대입해보면, 결국 나는 성장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그런 뜻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긴 하지만 말이지.
진지하게 내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2년동안 뭐가 바뀌었는데?"...... 할 수 있는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일본어를 1년 했지만, 결국 그 결과는 JLPT N3급 정도의 실력이고, 평소에는 일본어가 쓸데도 없으며(물론 덕질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만), 내 진로랑은 아무짝에도 상관이 없다. 성격? 바뀌지 않았다. 얼굴? 뜯어고치지 않았으니 바뀌는 게 더 이상하고, 몸? 운동을 안 했는데, 그냥 살이 찌기만 했다. 결국 나는 이렇다할 성장을 하지 못했다. 휴대폰을 잠시 생각해보자. G2가 나온 지 4년 후, S8이 나왔는데, 이 두 기기의 기능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만큼 발전했고, 진보했다. 세상은 이렇듯 조금씩 진보해가는데, 난 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인가. 나아가려 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나아감에도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인가. 눈치채지 못하는 거라면 오히려 다행이겠다.
열심히 샤프를 굴려 필기를 했지만, 내가 이번 특강에서 얻은 것은 경제학적 지식이라기보다는, 임용고사에 대해서 너무나도 얕보고 있다는 인식과, 군대에서의 보낸 2년이라는 시간의 아까움, 그리고 나라는 인간의 성장은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 펼쳐 질 2년이라는 시간으로 동기들과 비슷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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