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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zone

[2017-09-30]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것 본문

LifE'zone/일상, 이존.

[2017-09-30]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것

Ejon 2017. 10. 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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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30일의 E'jon, 

사진에는 찍히지 않는 것




   제목의 답은 무엇일까?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긴 한 질문인가?



   당연히 답은 카메라다. 이렇게 카메라를 찍겠다고 대놓고 찍으면 몰라도, 사진에는 빠질 수 없는 요소임에도, 사진에 나타나지는 않는 게 카메라지. 지금 찍은 이 카메라는 내가 몇 년 전부터 써왔던 후지필름 F500EXR이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모자람이 많은 카메라이지만, 야간 촬영이나 동영상을 제외하면 상당히 아직도 쓸만하다. 지금 내 블로그의 대부분의 사진들은 이 카메라로 찍은 것들이다.  


   몇 년 전이었더라? 아마 5년은 되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샀었으니까. 당시의 나도 지금의 나처럼 사진찍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남포동으로 가서 서너 시간을 발품을 팔아 산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었다. 당시 20만 원을 주고(상당히 싼 가격이었음) 사서 상당히 만족했었는데, 벌써 이 녀석도 조금씩 수명을 다하는 티를 내기 시작했다. 잘 켜지지 않는다거나, 셔터가 잘 눌리지 않는다거나, 갑자기 화면이 꺼진다거나 등, 외형적인 부분에서도 앞부분에 보면 원래 후지필름 마크 오른쪽에는 가죽으로 된 손잡이가 있어야 하는데, 떨어져버렸다.   

 


   기기 뒷, 후면 부분은 더더욱 말이 아니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도색이 꽤 많이 벗겨졌다. 그래서 나도 카메라를 바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요즘 카메라 가격은 이 카메라 상태보다 더 말이 아니다. 새로 카메라를 장만할 돈은 없으니 이 카메라를 좀 더 굴려야겠다. 상태가 좋지 않은 것만 빼면 괜찮은데, 특히 색감은 정말 좋다. 이 카메라를 쓰고 나서 후지만의 색감에 푹 빠져버렸을 정도. 그래서 다음 제품도 후지필름으로 가야지 생각했었지만, 요즘 후지 F시리즈는 완전 단종되서 일본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F1000EXR을 마지막으로 후속작이 전혀 출시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 X시리즈밖에 선택지가 없는데, X 시리즈는 너무 비싸다. X-A3가 괜찮다 생각했지만, 가격은 전혀 괜찮지 않은 70만 원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 녀석을 더 오래 굴려야 한다.


   너무 카메라 기기 이야기로 빠져버렸다. 제목의 답은 '카메라'였지만, 사실 답은 하나 더 있다. '카메라 들고 찍는 사람'도 정답이다. 


   난 정말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기록해 남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치. 경치를 멋있게 찍어두면, 개인적으로 성취감이 꽤 많이 든다. 뭐 그런거 가지고 성취감이냐 할 수 있겠지만, 난 그렇게 느낀다. 요즘은 바깥에 나가는 일, 특히 놀러 나가는 일이 적어서 사진을 많이 못 찍었는데, 가장 최근 사진을 이참에 몇 장 소개해보겠다.



   이런 사진 찍어놓고 나중에 보면 상당히 흐뭇하다. 당연히 카메라는 F500EXR.


   그리고 두 번째, 여행 갔을 때 사진을 찍어두면, 같이 간 친구들의 추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중에 추억팔이할 때 사진을 들이대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그것만큼 좋을 때가 없다. 


   마지막은 아까의 정답처럼, 내가 사진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난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좋아하지만, 사진을 '찍히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찍히려고 먼저 카메라를 들고 있는다. 찍는 사람을 찍을 사람은 거의 없거든.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도 있잖아. 그런 거다. 하여튼 별로 잘 생긴 얼굴도 아니고, 굳이 내 사진을 찍어봐야 자랑할 만한 기회도 딱히 없다. 그래서, 굳이 내 얼굴 찍는데 열중하기 보다는 카메라 들고 다니며 찍다 보니 자연스레 내 추억도 담고, 친구들의 추억도 담을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때가 언제였냐면, 내가 찍어준 사진을 친구가 사용해주는 때였다. 친구가 명함을 만들었다고 해서 봤더니, 내가 찍어준 사진을 쓰고 있었다. 내가 찍은 사진을 쓰는 건 나 혼자 뿐이었는데, 그렇게 사용해주니 몸둘바를 모르겠더라. 여튼 난 그때 깨달았다. 내가 빛나기 보다는 날 희생해서 다른 사람을 빛내게 하는 것을 더 기쁘게 느낀다는 것을. 그래서 그 이후로 더욱 사진을 많이 찍게 되었다나 뭐라나. 


   사진에 찍히지 않아도, 보이지 않아도, 쓸모있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것도 나쁘진 않다. 언제나 내가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겠지만, 나도 이해를 못 하겠다. 그냥 그렇다고. 내가 원래 글을 두서없이 쓰는 편이라 그렇다. 어차피 제대로 읽을 사람도 없을 텐데, 막 쓰지 뭐.


   글 업로드는 쓰다보니 이렇게 늦게 올라갔다. 10월 1일이네. 글을 쓴 날은 9월 30일이니까. 그냥 9월 30일의 일상으로 남겨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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