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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zone

[2018-04-22] 늙어보이나? 본문

LifE'zone/일상, 이존.

[2018-04-22] 늙어보이나?

Ejon 2018. 4. 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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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2일의 E'jon, 

늙어보이나?




   난 꽤 나이들어보이는 것 같다. 물론 요즘에 그런 것은 아니고, 아주 오래전부터였다. 처음 나이들어보인다는 생각이 든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학교에 무슨 행사가 있어서 어떤 학부모님이 왔는데 날 보고는 '선생님, 혹시 ~~가 어디인가요?'라고 물어봤었다. 내가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나 싶었다. 교복도 입고 있었는데? 아니면 그 분이 자신의 아들딸뻘 되는 학생이라도 무언가를 물어볼 때는 존중하는 매너 가득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당시도 그렇고 지금 곱씹어보면서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두 번째도 고등학생때였다. 그 때는 그냥 교복 말고 평상복을 입은 채 시내를 걷고 있었다. 그때가 딱 총선때라서 선거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운동 하시는 분이 '@번 투표 부탁드립니다'하며 나에게 명함을 건넸다. 난 그때 유권자가 아니었다. 유권자로 보였던 것일까. 그냥 귀찮았던 것일까. 명함을 뿌려야 하는 양이 정해져 있었던 것일까. 당시에는 선거권이 없었지만, 유권자가 되어서 총선에 투표하게 되었을 때, 일부러 그 후보를 찍지 않았다. 물론 나를 나이 많게 봤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주된 이유는 공약이 상당히 별로였기 때문, 나이 많게 봤다고 안 뽑았다는 말은 재미삼아 붙인 명분이다.

   세 번째는 직접적으로 늙어보인다는 취급은 받지 않은 이야기긴 하다. 갓 만 19세를 넘어 막 술을 합법적으로 살 수 있게 되었던 때였다. 그래서 막걸리를 사러 근처 슈퍼에 갔다. 계산을 했다. 계산하시는 분과 눈이 마주쳤다. 속으로는 괜히 '신분증 검사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검사를 안 한다. 당연하다는 듯이. 딱 봐도 어른으로 보이나 보다. 물론 만 19세 이전에 술 담배를 사려고 생각했던 적도 없고 사본 적도 없기에 검사를 안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들은 다 검사를 한다고....

   그 이후에도 난 언제나 신분증 검사를 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 나이 20밖에 안 된 녀석이 벌써 30대 아저씨들이나 할 만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얼굴 뿐만 아니라 마음 속까지 아저씨처럼 늙어버린 듯 하다. 물론 이후 신분증 검사는 딱히 당한 적이 거의 없다. 신분증 전수조사할 때 빼고 말이지.

   네 번째는 이번에 학과에서 학술답사를 갔을 때의 이야기다. 학생회 말단 임원이지만 평소 아무것도 안하고 부장에게 거의 모든 것을 떠맡기다시피 한 몹쓸 복학생의 이미지로 16학번 후배들에게 남는 게 싫어서 답사 간 학생 중 절반을 관리하는 학생회 부회장이 할 일을 잠시 자진해서 떠맡았다. 하는 일은 간단했다. 일정 설명, 인원 관리, 기타 잡일 등등. 말로 하면 간단한데, 은근히 바빴다. 일단 다수의 인원은 관리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라는 것쯤은 군대에서 해 봤기 때문에 알고는 있었다만, 힘들기가 군대보다 더하다.

 
   그렇게 대표를 하면서 가는 곳마다 직원들에게 들은 말은"혹시 조교님이세요?"라는 말이었다. 그래. 교수님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쓸데없이 젊어보였을 테고, 그것보다 좀 더 젊은 사람이 할 직책이 조교였겠지. 한 두 군데에서만 그러면 말을 안 하겠는데, 우리가 간 곳 거의 모든 곳에서 "조교님이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학생대표세요? 라는 말을 할 법도 한데, 희한하다.

   물론 늙어보인다고 해서 피해를 보거나 그런 것은 없다. 그냥 살짝 기분이 씁쓸할 뿐이다. 예전에는 씁쓸한 기분이 오래 갔지만, 요새는 그런 씁쓸한 기분조차도 오래 가지 않는다. 진짜 아저씨가 된 탓일까. 당연시 생각한다고나+할까? 물론 외모때문에 티비 프로그램 나와서 자신의 사연을 풀어내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의 이런 이야기는 애교에 가깝다.

   그래도 늙어보이는 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친구들과 이야기해봤다. 여자들은 연상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자들한테는 잘 먹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랬으면 내가 지금까지 여자친구가 없는 게 뭐가 되나.....

   뭐 이 쯤 되면 사실 늙어보인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게된다. 어쩔 수 없지. 늙어보이는데 늙어보이지 않는 것처럼 대우해달라는 것은 갑질로 보일 우려가 있다. 그녕 허허 웃어넘겨야지. 뭐 덕분에 사람들이 얕보지는 않는 장점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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