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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zone

[2018-03-24] 독특한 생각. 느긋한 생각. 본문

LifE'zone/일상, 이존.

[2018-03-24] 독특한 생각. 느긋한 생각.

Ejon 2018. 3. 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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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4일의 E'jon, 

독특한 생각. 느긋한 생각. 




   최근에 학과에서 한일학술교류가 있었다. 일본 대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교류? 하는 거라고 해서 은근히 참가자가 많을 것 같았는데, 참가자가 거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과 학생회에서 랜덤으로 차출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래서 과 학생회의 말단이었던 나는 자발적으로 참가했다. 어차피 일본어도 잘은 못하지만 조금은 할 수 있고, 이런 거 랜덤으로 뽑혀서 끌려가는 것보다는 자발적으로 가는 게 좀 더 보기 좋을 것 같아서였다. 


   갔는데, 하는 건 별거 없었다. 일본사람들 내성적이니까 외국인인 우리를 상대로 물건을 파는 것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싸게 사면 이기는 것이고, 일본 애들은 비싸게 팔면 이기는 것이다. 뭐 그런 '협상' 및 '세일즈'를 하고 남는 시간에는 서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왔다. 서로서로 궁금한 것들 여러가지를 물어봤는데, 그중 가장 우리를 당황하게 한 질문이 있었다. '한글 단어 중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참가한 우리 학생들은 모두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인가. 국어교육과라면 대답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당시에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최선'이었다. 최선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첫 번째 뜻은 "가장 좋고 훌륭함, 또는 그런 일."이고 두 번째 뜻은 "온 정성과 힘"이다.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최선'의 뜻은 두 번째 뜻이다.


   난 최선의 첫 번째 뜻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최선이라는 단어의 매력은 두 번째 뜻에 있다. 지금 상태가 어떻든 정성을 가득, 온 힘을 다해 살아가면 그것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 두 번째 뜻은 누구든 이룰 수 있다. 열심히만 하면. 그래서 나처럼 재능 없는 사람도 최선을 다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겠지.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제가 대체로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냉정하게 바라보면 '너무 평범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계속 수를 늘려가는 수밖에 없어요. 가사를 쓴다고 해서 아주 재능있는 가사를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점점 고쳐가는거죠. 하나 둘 셋 계속 만들어내서 거기서부터 점점 다듬어 가는 거에요. 돌같은 재능이지만, 엄청나게 갈고 닦아 반짝거리게 만들어서 세상에 내고 싶달까요?"

 

   사실 이 말에서 내 블로그의 '지속적인 글 수정'이라는 규칙이 만들어졌다. 새 글 작성에도 힘을 쏟지만, 예전 글도 가끔 보면서 어색한 점은 없는지, 추가해야 할 점은 없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물론 글이 하나하나 늘어가면서 관리하기 벅차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게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나중에 좋은 글이 되어있지 않을까?


   다시 돌아와서, 일본 친구들은 어떻게 이런 독특한 질문을 한 것인가. 생각해보면 오히려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할 시간조차 제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에 일 하나를 빨리빨리 처리하는 데만 급급한 건 아닐까. 


   생각해보면, 일본으로 여행갔을 때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여유로움, 느긋함이었다. 물론 우리가 여행계획 자체를 느긋하게 짜긴 했지만, 일본사람들의 움직임마저도 느긋하고 여유롭게 보였다. 한국인으로써 답답함을 느낄만도 했지만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느긋함이 당연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마저도 우리나라 땅을 밟자마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바쁘게 사는 한국인으로 돌아와버렸다. 한국에 오자마자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빨리빨리'였다. 역시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다. 아니면 잠시 느꼈던 여유는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였을지도?


   여유롭게 사는 것, 부럽긴 하지만, 한국인은 한국인답게 살아야 한다. 최선을 다하자. 최선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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