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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1] 21. 토익, 그 길고 긴 여정 본문

LifE'zone/한 장의 사진, 한 장의 이야기.

[19-04-11] 21. 토익, 그 길고 긴 여정

Ejon 2019. 7. 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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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 한 장의 이야기] (2019-04-11)

21. 토익, 그 길고 긴 여정


History

 - 2019-04-14 : 글 작성

 - 2019-07-03 : 검토 및 공개



   한 장의 사진, 한 장의 이야기는 매주 화요일에 연재하는 이 블로그 주인장, E'jon의 일상에 대해 사진 한 장을 주제로 짧게 이야기하는 시리즈다. 매주 업로드하는 것이기에 최근에 찍은 사진이 올라갈 수도, 옛날에 찍은 사진이 올라갈 수도 있다.


   졸업을 앞두고 나의 앞길을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이 있었다. 첫째는 교육봉사. 이건 겨울방학에 처리를 했다. 둘째는 한국사다. 한국사야 그저 귀찮은 장애물일 뿐, 넘기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이 또한 겨울방학때 처리했다. 마지막은 토익이었다. 내가 다니는 학과는 졸업 요건에 ‘토익 720점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어있다. 그렇다. 평생에 단 한 번 이상은 토익을 쳐야만 한다는 소리다. 영어라는 것을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다시는 만나지 않을 적이라 생각했는데, 대학교에서 영어는 또 하나의 벽이 되어 돌아왔다. 영어의 벽은 졸업뿐만이 아니었다. 영어 필수 교양수업도 2개나 있는데, 토익 점수가 820점 이상이면 하나를 A+로 듣지않고 건너뛸 수 있고, 850점 이상이면 둘 다 A+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난 영어 교양수업을 듣지 않기 위해 850이라는 목표를 세우게 된다.


   난 그 만나기 싫은 악연, 영어와 다시 만나야만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조차도 다 못 할 정도로 할 것 많은 세상이지만, 언제나 그렇다. 하고싶은 것은 못하고, 하기 싫은 것은 해야만 한다. 


   졸업이 슬슬 코앞으로 다가온 3학년 (작년)여름방학, 위기감에 휩싸인 다섯 남자는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토익책을 함께 펼쳤다. 이젠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그건 위선이다. 어떻게 토익을 즐길 수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한 명의 남자는 시작하자마자 바로 스터디를 박차고 나가고야 말았다. 마치 쑥과 마늘만 먹으라는 명령에 버티지 못한 호랑이가 뛰쳐나가듯이. 그래서 남은 네 남자는 하루에 세 강의의 인터넷 강의를 매일같이 들으며 지옥과도 같은 여름방학을 보냈다. 그러나 나아진 건 딱히 없었다.


   3학년 2학기가 밝았다. 토익은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기에 쉽사리 공부를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방학때만큼은 아니지만 세 명의 남자는 토익 공부를 이어가기로 했다. 갑자기 수가 줄어든 이유는 한 명이 또 탈주를 했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세 명의 남자는 작년 2학기에도 공부를 이어갔다. 겨울방학이 오고, 다시 공부는 계속되었다. 그러나 나아진 건 딱히 없었다.

 

   물론 시험을 쳐본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집만 풀어봐도 내 실력이 제자리를 팔자좋게 거닐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딱히 토익 공부에 힘을 싣지는 않았다. 다른 할 일이 많다는 핑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사, 교육봉사 등 졸업과 임용고사 응시를 위해서는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적절한 핑계도 깔끔하게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바야흐로 이번 3월이 되었다. 당연히 나아진 것도 딱히 없었다. 다들 임용고시를 준비하느라 인강을 보고 공부를 하는 동안 난 아직도 처리하지 못한 토익을 공부하고 있었다. 갑자기 위기감이 찾아왔다. 이러다 당연히 올해 임용은 떨어지겠구나. 임용 준비는 어느 세월에 하나!


   그 결과 나로서는 정신나간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하루에 한 회(200문제)를 풀고, 이틀에 걸쳐 오답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집 한 회를 3일에 걸쳐 풀면, 30일이면 한 권의 책을 뗄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빡센 계획을 세운다고 사람이 하루아침에 근면성실하게 변하는가? 절대 아니다. 그래서 배수의 진을 치기로 했다. 3월 내로 토익 끝낸다는 마음으로, 3월 31일에 있는 토익 시험을 접수했다. 


   아니, 토익 시험 응시하는 그까짓 거 뭐 대단한 배수의 진이냐! 그러나 재정이 그리 풍족하지 않은 나에겐 4만 원이 넘는 응시비용은 꽤 부담이다. 그래서 이 4만 5천원을 무의미로 만들지 않기 위해 문제를 풀고 오답을 정리하고 단어를 외우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다들 임용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 토익에 올인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리 봐도 답이 없다 여겨진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원래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랬다. 평소에 공부를 안 하고 미뤘으니 이런 사단이 일어난 것이다. 그럼 그 대가는 지금의 ‘나’가 치러야 할 것이다. 


   그래서 3일에 한 회를 풀었다. 한동안은 점수가 오르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니 성적이 점점 올라간다. 해석이 뭔가 더 잘 된다는 생각도 든다. 불과 3회를 남겨두었을 때는 오답이 그리 많지 않아서 하루에 문제풀이와 오답정리를 동시에 하기도 했다. 단어는 예전에 블로그에서 다룬 방식, 유로트럭을 하며 외웠다. 그저 미친듯이 외우고 또 외웠다. 그리고 대망의 시험날이 밝았다.


   시험장에서 만난 문제지는, 너무나도 쉬웠다. 아니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어떻게 된 것이, 문제를 다 풀고 나니 13분이라는 시간이 남을 정도였다. 이렇게 시간이 남아도 되나? 내가 안 푼 문제는 없나? 싶었지만, 다행히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다. 여유롭게 답지를 내고, 시험장을 나섰다. 토익은 상대평가고, 시험이 쉬웠으니 분명 점수는 낮게 나오리라. 그렇게 예상하고 성적 발표날이 되었다.


   그렇다. 840점이다. 내 목표는 850점이었는데, 이보다 딱 10점이 모자란 점수였다. 사실 아쉬웠다. 그런데 10점을 올리기 위해서 시험을 한번 더 쳐야 하고, 또 토익책을 사야 하며, 또 엄청난 시간을 부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난 여기서 만족하고 토익 공부를 마무리했다. 이리하여 9개월에 걸친 토익 공부는 끝을 맺었다. 


   만나서 고통스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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